일요일, 공휴일은 휴진 입니다.토요일 점심시간 없음.
당뇨병 전단계 잡는 서울시 '혈당캐치 9988'... "당뇨병 합병증은 전단계부터 시작"
대한당뇨병학회 '2024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환자는 약 533만 명이다. 여기에 '당뇨병 전단계'까지 범위를 넓히면 약 1,400만 명에 이른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지는 않았지만 이미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당뇨병 전단계를 '아직 당뇨병은 아닌 상태'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시기부터 혈당 이상과 관련한 신체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 관리하지 않으면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도 커진다.
서울시가 당뇨병 전단계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간 혈당 관리를 지원하는 '혈당캐치 9988'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사증후군 검진을 통해 당뇨병 전단계로 확인된 시민이 자신의 혈당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식사와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는 "당뇨병 전단계라고 해서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관리하지 않으면 당뇨병으로의 이행은 물론,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콩팥병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당뇨병 전단계는 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혈당캐치 9988'과 같은 프로그램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유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한번 손상된 혈관 되돌리기 어려워... '모래성' 같은 당뇨병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높은 혈당 상태가 지속되는 질병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뚜렷한 증상 없이 서서히 몸을 무너뜨린다는 데 있다. 유병욱 교수는 당뇨병 환자를 '모래성'에 비유했다. 유 교수는 "아무리 잘 쌓아 올려도 서서히 부는 바람에 조금씩 깎여 나가기도 하고, 한 번의 큰 파도에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병이 당뇨병"이라고 말했다. 합병증이 서서히 진행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형태로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3대 합병증은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콩팥병), 신경병증으로, 눈·콩팥·신경을 지나는 작은 혈관이 조금씩 손상되며 나타난다. 유 교수는 20년간 진료한 한 환자의 사례를 전하며 "당화혈색소를 5.5%로 잘 유지해도 마치 바람에 모래성이 깎여나가듯 한번 손상된 망막의 혈관은 계속 터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혈당을 잘 관리해도 이미 깎여 나간 모래성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콩팥이 망가지면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서너 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파도'와 같이 한 번에 성을 무너뜨리는 치명적 합병증도 있다. 유 교수는 안타까운 사례를 하나 더 전했다. 노년기까지 비교적 건강 관리가 잘 되던 한 환자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췌장을 절제한 뒤 당뇨병이 생겼는데, 2년 만에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건강했던 만큼 뒤늦게 찾아온 당뇨병을 안일하게 여긴 것이 화근이 됐다. 이처럼 당뇨병은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큰 합병증으로 이어져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결국 크고 작은 합병증을 막는 길은 당뇨병 전단계부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다.
'당뇨병 전단계'에서도 혈관 손상은 시작... 늦기 전에 잡아야 하는 이유
당뇨병 전단계는 말 그대로 당뇨병과 정상 혈당 사이에 머무는 상태로, 진단 기준은 당화혈색소 5.7~6.4%, 공복 혈당 100~125mg/dl이다. 약 1,400만 명의 성인이 당뇨병 전단계를 진단 받지만, 아직 당뇨병은 아니니 괜찮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위험한 오해다. 유병욱 교수는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에게서만 합병증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중간 단계에 있는 사람들도 시간 차만 있을 뿐 똑같이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콩팥·신경을 지나는 작은 혈관은 당뇨병 전단계 구간에서도 서서히 손상되고, 한번 망가진 혈관은 회복되지 않는다. 유 교수는 "당뇨병 전단계는 대한민국의 고3과 비슷하다"며 "지금부터 잘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앓게 되지만, 잘만 관리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인생의 중요한 준비 시기"라고 강조했다.
무조건 덜 먹기보다 '내 혈당 반응' 확인... 혈당캐치 9988 활용법
당뇨병 전단계 관리의 핵심은 자신의 혈당 상태를 정확히 알고, 이를 토대로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식사와 운동, 체중 등을 관리해야 하지만, 생활습관은 약을 복용하는 것처럼 단번에 바꾸기 어렵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연속혈당측정기(cgm)다. 피부에 센서를 부착해 일정 기간 혈당 변화를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어떤 음식이나 생활습관이 자신의 혈당에 영향을 주는지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혈당캐치 9988' 역시 이러한 특성을 생활습관 개선에 활용한다. 대사증후군 검진 결과 당뇨병 전단계로 확인된 시민을 대상으로 연속혈당측정기와 연계 애플리케이션의 할인 구매를 지원하고, 전문가 상담과 식사·운동 관리 등을 연계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혈당 수치를 자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무엇과 함께 먹었는지, 어떻게 조리했는지, 식후에 얼마나 움직였는지 등에 따라 혈당 변화가 달라질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을 통해 이런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연계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생활습관을 찾아가는 것이 활용의 핵심이다. 유 교수는 "내 혈당 반응을 눈으로 직접 보면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되고, 어떤 음식과 습관을 조절해야 하는지 스스로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사 관리 역시 무조건 먹는 것을 제한하는 방식보다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유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없다. 단 언제 어떻게 조리해서 먹느냐가 중요하다"며 "지금까지의 식사에서 하나씩 빼는 삶을 살면 된다"고 조언했다.
99세까지 팔팔하려면... 검진으로 위험 찾고, 혈당 변화 보며 습관 바꿔야
당뇨병 전단계 관리에서 연속혈당측정만큼 중요한 것이 정기적인 검사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국가건강검진이나 보건소의 대사증후군 검사를 활용해 자신의 혈당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화혈색소 검사는 금식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어 혈당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혈당캐치 9988'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검진에서 당뇨병 전단계를 발견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실제 생활 속 혈당 변화를 확인하면서 식사와 운동 습관을 개선하는 과정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혈당이 걱정되고 가족력이 있다면 한 번은 도전해 볼 만한 프로그램"이라며 "혈당캐치 9988이라는 사업명처럼 99세까지 팔팔하게 건강하려면 혈당 관리는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전단계는 아직 당뇨병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검진을 통해 위험을 일찍 발견하고, 자신의 혈당 변화를 이해해 생활습관을 하나씩 바꾸는 것. '혈당캐치 9988'은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도록 돕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