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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움직일 때 갑자기 어지럽다면"... 빈혈 아닌 '이석증'일 수도?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많은 사람이 빈혈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특정 자세에서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귀 질환인 '이석증'일 가능성도 있다. 이석증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원인과 증상을 제대로 알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양승찬 원장(뱅뱅이비인후과의원)과 함께 이석증의 원인부터 빈혈과의 차이, 치료법과 재발 예방법까지 알아봤다.
이석증은 어떤 질환이며, 빈혈과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이석증의 의학적 용어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입니다. 양성은 뇌질환이 아니라 귀에 의한 증상이라는 의미이며, 발작성은 어지럼증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체위성은 머리 위치에 따라 어지럼증이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석증은 머리 위치에 따라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은 두통이 동반되거나 숨이 차고 온몸에 힘이 없는 형태가 많은 반면, 이석증은 특정 자세에서 뱅글뱅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세를 바꾸거나 머리를 움직이면 어지럼증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젊은 층에서도 이석증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실제 발병 양상과 원인은 무엇인가요?
아직 이석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진료실에서 체감하기에는 이석증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 있으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교통사고처럼 머리에 큰 충격이 가해져 이석이 제자리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 환자들에게 발병 전 몸 상태나 생활 습관을 확인해 보면 과로나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 좋지 않은 환경에서 생활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 이석증은 특정한 움직임이나 자세에서만 어지럼증이 나타나나요?
귀 깊숙한 곳에는 몸의 자세와 움직임을 감지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전정기관이 있습니다. 전정기관은 이석기관과 반고리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석기관 안에는 젤리 형태의 구조물에 붙어 있는 이석이 있는데, 이석은 몸의 기울어짐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이석이 떨어져 옆쪽의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이석증이 발생합니다.
반고리관은 회전 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머리를 움직이면 반고리관 안의 이석이 관성에 의해 움직이면서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아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이석의 움직임이 멈추면 어지럼증도 함께 멈추기 때문에,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어지럽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골다공증과 비타민 d도 이석증과 관련이 있나요?
이석은 일종의 칼슘 덩어리로, 우리 몸의 뼈와 구성 성분이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뼈가 약해지면 이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이 생기도록 만든 쥐에서 채취한 이석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정상 쥐의 이석보다 강도가 약하고 쉽게 부스러지는 것을 확인한 연구가 있습니다.
골다공증 환자와 정상 환자를 비교했을 때 골다공증 환자에서 이석증 발병률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비타민 d를 복용하면 이석증 재발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연구에서는 약 20% 정도 재발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떨어진 이석은 어느 위치로 들어가며, 수면 자세도 영향을 미치나요?
귀에는 상반고리관, 측반고리관, 후반고리관이라는 세 개의 반고리관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측반고리관과 후반고리관은 해부학적으로 이석증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잘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또 어느 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 이석이 둥둥 떠다니는지 또는 감각기관에 붙어 있는지에 따라 안구 움직임이 달라지고 증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면 방향과 이석증 방향이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석증이 진단된 환자에게는 이석증이 발생한 귀의 반대 방향으로 누워 자도록 안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석증의 위험 신호는 무엇인가요?
이석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전정안반사라는 현상을 이용해 이석증을 진단합니다. 안진검사는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안구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이석증이 있는 경우 특정 자세에서 일정한 형태의 안진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뇌의 평형을 담당하는 부분이 손상되는 뇌졸중과 같은 질환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몸과 얼굴 한쪽의 감각 이상, 마비,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어눌해지는 증상, 두통과 어지럼증이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이석치환술은 어떻게 진행되며, 집에서 혼자 해도 되나요?
이석치환술은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간 이석을 머리 위치를 바꿔가며 원래 자리인 이석기관으로 되돌리는 치료입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비디오 안진검사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머리를 특정 각도로 움직이고, 안진을 확인하면서 치료를 진행합니다.
다만 섣불리 자가 진단 후 이석치환술을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어지럼증은 뇌혈관 질환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석이 어느 귀와 어느 반고리관에 있는지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집니다. 잘못 시행하면 이석이 더 깊숙이 들어가거나 다른 반고리관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반고리관의 좁은 부위에 이석이 뭉치는 '이석잼'이 발생해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석증 재발을 막기 위한 관리법이나 생활 습관은 무엇인가요?
안타깝게도 현재 이석증의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현재 이석증 재발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방법은 비타민 d를 보충하는 것입니다. 이석증 재발이 잦은 환자들을 살펴보면 활동량이 적거나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겪는 경우가 많았으며,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및 컨디션 관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석증이 재발했다면 넘어지지 않도록 자리에 앉아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